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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4.26 15:39

풍속화(風俗畵:Genre Pain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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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속화(風俗畵:Genre Painting)

 

풍속화_01.jpg

신윤복 / 단오풍정(端午風情) (1805)

 

 

풍속화_02.jpg

Johannes Vermeer, The milkmaid, ca. 1660

Amsterdam, Rijksmuseum

 

  일정한 사회계층을 대표하는 사람들의 풍속·취미·일상생활의 모습 등을 제재(題材)로 그린 그림. 거기에 다루어진 사람들의 계층에 따라서 농민적·서민적·귀족적 풍속화라는 구분이 가능하지만, 내용에 따라서는 종교화나 역사화·초상화 등과 명확한 구별을 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예컨대, 어떤 계층의 현실생활을 그렸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분명하게 특정인물의 개성이나 용자(容姿) 또는 그 신체(身體)를 묘사한 인물화인지, 아니면 인물을 모델로 하여 풍속을 그리고자 한 작품인지를 뚜렷이 가려내기 어려운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풍속화는 고대 그림에서도 찾아볼 수가 있으며, 멀리 고대 이집트의 벽화나 폼페이의 벽화, 그리스의 항아리에 묘사된 문양(文樣)이나 로마시대의 모자이크 등에서 당시의 생활을 그린 포도주 빚는 모습 등을 엿볼 수 있다. 중세에는 일상생활이 흔히 예술표현의 대상이 되지 않았으므로 엄밀한 의미에서의 풍속화는 나타나지 않았으나, 종교건축의 장식·조각이라든지 기도서(祈禱書)의 삽화 등에서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서유럽의 미술에서 풍속화풍의 작품이 처음으로 출현하는 것은 15세기 이후, 그 후반에 접어들어 네덜란드의 화가들이 즐겨 그 화재(畵材)를 다루기 시작한 때부터이다. 이 무렵, 독일의 A.뒤러도 종교적인 내용을 풍속화풍으로 묘사하고 있는 것이 눈에 띈다. 그러나 풍속화를 본격적으로 다루는 화가가 등장한 것은 17세기의 네덜란드에서였으며, 요르단스, 브로우베르 등이 풍속화가로 이름 높다. 그 밖에도 당시의 쟁쟁한 화가들 가운데 렘브란트, 루벤스, 벨라스케스 등도 풍속화를 많이 그렸다.

 18세기에 접어들자 프랑스에서는 주로 왕후(王侯)·귀족과 같은 상류사회 사람들의 희구(希求)에 부응한 우아한 생활을 엿보게 하는 J.A.와토가 나타났고, 이와는 대조적으로 서민생활의 주방 속에서 그림의 제재를 찾은 샤르댕도 있다. 이와 같은 시대의 영국 화가 호가스 등의 화풍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19세기에 들어서면서 사실주의사조는 많은 풍속화를 낳았다. 프랑스에서는 즐겨 이국(異國) 풍속을 그린 들라크루아, 각 계층의 사람들을 풍자적으로 묘사한 도미에, 자연을 추구하는 가운데 농민들의 생활을 그린 밀레, 노동자의 생활을 다룬 쿠르베 등이 각각 독특한 풍속화의 화풍을 세워나갔다. 이 무렵 독일에서도 A.L.리히터, 멘첼, 라이블 등이 여러 계층에 속하는 사람들의 생활을 묘사한 풍속화를 제작하였다. 이후 유럽 화단(畵壇)에 인상주의운동이 대두하면서 풍속화는 차차 쇠퇴의 길을 걷기 시작하였지만 마네, 드가, 리베르만 등의 그림 가운데에는 풍속화풍의 작품이 포함되어 있다. 한편, 동양에서는 고대 중국의 여성 풍속을 알려주는 회화로서 동진대(東晉代)의 화가 고개지(顧愷之)가 그렸다고 전해지는 《여사잠도(女史箴圖)》의 당대(唐代) 모본(模本)이 현재 런던의 대영박물관(大英博物館)에 소장되어 있으며, 당나라 때의 화가 장훤(張萱)의 원화(原畵)를 송(宋)의 휘종(徽宗)황제가 모사(模寫)한 《도련도(練圖)》가 미국의 보스턴미술관에 보관되어 있다. 이들 중국회화의 당초 제작의도가 어디 있었든 그것은 여성 풍속이나 당시의 생활상들을 묘사한 것이므로 동양에서 풍속화의 원류(源流)를 이루는 작품들임에는 틀림없다.

【한국의 풍속화】 한국의 경우, 4세기 중반 고구려의 초기 고분인 동수묘(冬壽墓)의 《행렬도(行列圖)》 《마구도(馬廐圖)》 《주방도》 등 고분벽화를 비롯하며, 고구려 중기 및 후기에 걸치는 쌍영총(雙楹塚)·무용총(舞踊塚)·각저총(角低塚)·개마총(鎧馬塚) 등 많은 고분벽화에는 《부부도(夫婦圖)》 《태권도(跆拳圖)》 《무용도》 《씨름도》 등 묘주(墓主) 생전의 주요 사건이나 생활의 갖가지 모습들이 풍속화풍으로 묘사되어 있어 당시의 풍속을 아는 데 귀중한 자료가 된다. 그러나 백제와 신라회화의 경우는, 아직껏 이렇다 할 만한 화적(畵蹟)이나 기록이 나타난 바 없어 실상을 알기는 매우 어렵다. 통일신라시대 이후 고려시대에 접어들어서도 이와 같은 사정은 마찬가지여서 풍속화뿐만 아니라 회화 전반의 유례(遺例)가 드물어 실태를 파악하기가 어렵다. 다만, 당시 풍속화의 편린(片鱗)이나마 오늘날 그것을 어렴풋이 추측할 수 있게 하는 자료로서, 고려에 사행(使行)하였던 송(宋)나라의 서긍(徐兢)이 집필한 《고려도경(高麗圖經)》 (1124)의 기록이 있다. 즉 고려의 정교한 접첩선(摺疊扇)을 설명하는 대목에서, 그것은 금은(金銀)가루를 바르고, 이 나라의 산림(山林)·인마(人馬)·여인 등의 모습을 그렸다고 하였는데, 그것은 고려의 쥘부채에는 당대의 여러 풍속이나 풍물을 묘사한 그림들이 그려져 있었음을 짐작케 한다. 조선시대에 이르러 솔직·담백한 가운데에도 서민의 숨결이 살아 있는 현실감각에 뛰어난 본격적 풍속화가 크게 발전하였을 뿐만 아니라,이 시기는 한국 역대 회화의 전성기에 해당하는 시대이기도 하였다. 조선 후기의 화가 단원(壇園) 김홍도(金弘道)와 같은 시대의 화가 혜원(蕙園) 신윤복(申潤福)·긍재(兢齋) 김득신(金得臣) 등은 한국 풍속화의 새로운 국면을 개척한 작가들이다. 이들 작가의 풍속화첩(風俗畵帖)에는 서당(書堂)·무동(舞童)·씨름·검무(劍舞)·선유(船遊)· 무무(巫舞)·파적(破寂)·대장간 등 갖가지 제재(題材)를 익살과 기지, 그리고 풍정(風情) 넘치는 필치로 묘사해낸 걸작들이 수록되어 있다. 그 밖에도 문인화가인 관아재(觀我齋) 조영석(趙榮)과 조선시대 3대 화가로 꼽히는 오원(吾園) 장승업(張承業)의 작품들 가운데에서도 풍속화풍의 그림을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서양화의 도입 이래 인물을 주제로 하는 회화는 많이 그려졌으나, 크게 내세울 만한 풍속화적 작품은 찾기 어렵고, 다만 동양화에 있어서 세태나 풍속을 제재로 다루는 경향이 있을 뿐이다.

 풍속화는 조선문화 일대 번성기였던 15C에 이은 18C 문예 중흥기 시절 윤두서·조영석 등에 의해 등장하여 김홍도·신윤복·김득신 등 3대 풍속화가를 중심으로 그 절정에 이르면서 하나의 확고한 장르로 자리 잡는다. '실학'이 당시를 대표하는 철학과 사상이고, '여항(閭巷)문학·위항(委巷)문학'(중인[中人]이나 서리[胥吏]들을 중심으로 시사[詩社]를 결성하고 산과 강을 찾아 동인 문학활동을 펴나갔으며 사대부 문학과는 다른 활기찬 현실문학을 꽃피움. 특히 김수장은 시조·가사를 집대성하기도 함)과 서민문학(庶民文學. 인간의 자연스런 감정이나 본연의 모습을 긍정하는 천기[天機] 또는 진기[眞機]주의 문학관에 바탕함. 17C 허균의 홍길동전에서 비롯 18C 들어서는 춘향전·심청전·장화홍련전 등의 숱한 작품들을 남김)이 당시를 대표하는 문학이라면, 민족화로서 문화·예술을 대표하는 것이 '풍속화'인 셈이다.

 진경 산수화의 흐름이 조선의 자연을 그린 것이라면 풍속화는 조선의 인간과 사회를 그린 진경 풍속화인 것이다. 이러한 조선중심의 실용적·사실적 사조와 화풍이 가능했던 것은 절대군주였던 영조와 정조가 한문화의 원형을 추구하면서 사실주의·진경시대를 강력하게 주도했고 후원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래서 조선이나 주변국의 정밀한 묘사가 다각도로 그 모습을 드러낸다. 윤두서가 동국여지지도·일본여도 등을 그리는 등 다수의 지도가 제작되어 동북아 정세에 대한 지리전략적 사고가 가능했으며 과학·기술, 농업, 상업 등의 발전이 눈부시게 진행되었고, 일반 시민들은 점차 농토도 늘이고 부(富)도 축적하면서 대체로 넉넉한 생활수준을 유지했고 미술품·골동품 소장 열기가 일어나는 등 문화적 흐름도 왕성했다.

 원래 풍속화는 정선을 시초로 조선의 산수를 배경으로 그린 「진경산수화」나 임금이나 사대부 등의 초상화를 주로 그려담은 「채색초상화」와는 달리, 이땅에서 살아가는 시민들의 삶과 모습을 있는 그대로 그려놓은 그림이다. 특히 동시대에 함께 더불어 사는 사람들의 삶과 사회상을 철저한 사실주의적 접근으로 충실하게 표현한 것이다. 그러다보니 자연 그림이 우리 생활속으로 주변으로 가깝게 다가왔기에 친근감이 강하게 든다. 풍속화에서 김홍도(金弘道. 1745∼?)는 그 대표다. 신선도·산수화·인물화·판화·탱화 등 어느 분야 가릴 것 없이 그림 예술을 다 손댔지만 풍속화가로서 그의 이름이 가장 높고 확고하다. 특히 '俗'을 잘 그려 묘사했다. 그래서 그의 풍속화의 특징은 씨름·글을 배우는 서당·장터 등이 배경이 되고 등장인물들 하나하나가 정밀하게 묘사되는 점이다. 이외에도 당시의 사회상을 정확하게 그린 작품들로 대장간·기와잇기·무동·벼타작·새참·주막·활쏘기 등 다수 있다.

 무엇보다 그는 사민(四民)중에서 삼민(三民) 즉 농민, 장사치, 장인(匠人) 등의 생활과 애환을 주된 주제로 삼고, 기생·동물에 이르기까지 우리 땅에 있는 여러 모습을 그려 담았다. 지금도 「풍속도첩」은 그 백미로 꼽혀지고 있다. 그의 그림은 정밀함에서 출발하여 시원스럽고 힘이 넘친다. 그리고 남의 장점에 연연해서 보기 좋게 그리기에 쫓기기보다는 특징적인 모습, 더러는 가장 못난 부분이나 모습도 그대로 표현한다. 그리고 실학파의 사조와 기풍에 영향받은 그로서는 사실성 중시란 기조를 항상 잃지 않는다. 이런 중에 늘 노력하고 새로운 문물을 받아들임으로써 재창조의 세계를 끊임없이 펼쳐 나간다. 그는 스승 복헌 김응환에게서 배우기는 하지만 화풍은 단연코 달리하며 극복의 세계를 보여주는 창조 과정이었다. 특히 그는 1794년에 정조의 신임으로 연풍현감으로 있다가 일본으로 건너가 정조의 밀명을 수행하는 한편 도슈사이 사라쿠(東洲제寫樂)란 이름으로 일본 전통연극 가부키 배우들의 얼굴을 새긴 판화 150여점을 남겨 일본과 유럽회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면서 일본회화에 한 획을 긋기도 한다.

 신윤복(申潤福. 1758∼?)은 김홍도와 더불어 손꼽는 대표적인 풍속화가다. 그도 여느 화가들처럼 산수와 인물, 동물그림, 글씨까지 남겼지만 역시 백미는 풍속화다. 그의 대표작으로는 여인(미인도라고도 함), 처네쓴 여인, 니승영기, 무녀신무, 쌍륙삼매, 기방무사, 쌍검대부, 주유청강, 청금쌍련, 단오풍정, 주자거배 등이 있다. 그는 상류사회의 적나라한 모습에 초점을 맞추었고 화사함이 넘치는 세련미의 풍속화를 그렸다. 다른 무엇보다 '여인(女人)'과 '색(色)'을 통해 진한 풍속화를 뿌려 놓았다. 또한 빨강·노랑·파랑이라는 강렬한 한민족의 전통 3원색을 주조로 온갖 현란한 색을 곁들여 묘사했다. 그리고 도시와 강·산 등을 배경으로 남녀의 풍류생활을 즐겨 그렸다. 우물가와 빨래터, 주막과 명문가의 후원 등 머무르는 곳 없이 배경이 된다.

 그런데 조선의 보수적 사회상에 비추어 보면 등장인물들의 모습과 행태는 놀랍다. 남녀간에서 배여나는 색정을 묘사함에서 발군의 기량을 보인 것이다. 놀기에 여념없는 한량들과 긴 담뱃대를 물고 있는 기생의 모습은 급진적이고 파격적인 느낌일 들 정도다. 달빛 아래 골목길에서 젊은이와 한 여인이 만나 정분을 나누는 그림은 사랑스러움 그 자체다. 반면에 사랑놀음을 그리다보니 온갖 까발려진 질탕한 놀자판 모습이나 목욕하는 여인을 훔쳐보는 승려의 눈빛은 그 농도에서 진하다. 무엇보다 부드러운 필선을 따라 육감적으로 묘사된 여체와 색정(色情)은 가히 전위적이다. 젖가슴과 젖꼭지가 그대로 드러난 것과 같은 그림들도 여럿이다. 그러다보니 도화서 화가였던 그는 점잖치 못한 그림을 그렸다하여 쫒겨 나기도 한다. 그러나 관념적 판단에서만 벗어나면 선정성에도 불구하고 회화예술의 차원에서 볼 때 그 예술적 가치가 손색없다. 또한 적나라함과 강한 색정에도 불구하고 전혀 역겹다거나 천박하지 않은 자연스런 노출의 미학을 선보이는 힘이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따뜻한 웃음, 익살스러움과 해학, 인간 천부의 본성에 대한 긍정, 밝은 모습 등을 일관되게 유지한다. 지금은 '혜원전신첩(惠圓傳神帖. 30폭 짜리로 국보 135호)'·'여속도첩(女俗圖帖. 6점)'·'행려풍속도병(行旅風俗圖屛. 4폭 짜리)'등을 비롯해 50여점이 남아 전하고 있다. 이외에도 투전·병아리 채가는 고양이 등을 그린 김득신(金得臣. 1754∼1822) 등 여러 풍속화가 들이 등장해 18C 조선 시민들의 삶과 당시 사회상을 묘사하면서 생활문화에 바탕한 예술문화를 만개한다.

 그러나 19C를 지나면서 조선이 세도정치와 혼란으로 깊게 병들어 가면서 어느새 자취를 감추어 버린다. 문화예술은 결코 탐욕스런 관리가 판치거나, 시민의 삶이 어려운 난세에서는 꽃피우지 못한다. 어쨌든 조선 풍속화로 인해 한국인의 18C는 더욱 향기롭고 정감이 간다. 풍속화는 해학과 익살, 풍자를 즐긴 한국인의 기질을 화폭에다 여지없이 그려냈다. 그리고 따뜻함, 정다움, 여유, 은근함, 서정성을 풍기면서 사람사는 모습을 긍정적인 시각에서 그려냈다. 가만히 바라보시라. 그러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빙그레 웃음이 묻어나오는 자신을 보실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선과 색채, 예술적 회화기법 등에도 충실하여 예술적 품격을 지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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