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놀로지와 미술의 결혼-비디오 아트
백남준(대한민국) , 20040628 / 모니터, 스틸, 네온 180x180x300(cm)
비디오 아트는 미술이 대중문화의 위세에 눌리자 하나의 반격이자 대안으로 주목하기 시작한 분야이다. 영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제작과 상영이 편리하며, 영화와 같이 대자본에 종속될 염려가 없다는 점, 그리고 특히 대중매체에서 쏟아져 나오는 수많은 이미지들을 담아내기에 적절한 도구라는 점에서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초기에는 비디오 아트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백남준에 의해서 발전되었으나 점차 많은 작가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비디오 아트를 다루기 시작했다. 백남준의 비디오 아트처럼 비디오 모니터와 비디오 화면을 재료로 이용하는 것을 비디오 조각 또는 비디오 인스톨레이션이라고 한다. 한편 비디오 화면 속에 흐르는 테이프의 내용을 만들어 내는 것에 더 주목하는 것이 비디오테이프 작업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이 비디오테이프 작업이 별로 활성화되어 있지 않은데, 사실은 이 분야가 비디오 아트의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실험할 수 있는 분야이다. 엄밀한 의미에서 비디오 인스톨레이션은 비디오를 새로운 미디어로 파악하는 측면이 약하기 때문이다.
비디오테이프 작업은 다시 다큐멘터리 이미지를 사용하는 경우와 실험적인 이미지를 사용하는 경우로 나뉘는데, 주로 미술관에서는 실험적인 이미지들이 상영된다고 보면 된다. 그런데 막상 이런 비디오테이프들에는 형태와 색의 변화, 율동 등의 기계적 아름다움이나 작가 개인의 미묘한 심리상태에 집중하는 내용들이 들어감으로써 현대미술을 더욱 난해하게 만들었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
최근에는 비디오테이프 작업을 중심에 놓되 그것을 인스톨레이션으로 관객들에게 제시하는 식의 두 가지 형태가 결합하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 이것은 비디오라는 매체와 미술이라는 제도가 만나면서 어쩔 수 없이 취하게 된 일종의 타협책이라는 지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