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본(拓本)
무장사 아미타불 조성기비 부기 탁본(鍪藏寺阿彌陀佛造成記碑 附記 拓本)
이미지 출처 : http://www.chusa.or.kr/work/work_epigraph_detail.html?page=1&seq=54&condition=&words=
석비(石碑)나 기물(器物) 등의 각명(刻銘)·문양 등을 먹에 의해서 원형 그대로 종이에 뜨는 방법. 탑본(本)이라고도 한다. 중국에서 시작되어 한국에 전해졌고 금석학과 함께 성행한 동양의 독특한 수법이다. 탁본과 같은 것에 어탁(魚拓)이 있다. 이것은 물고기에 먹을 직접 칠하여 거기에 종이를 대어 뜨기 때문에(이 방법을 어탁에서는 직접법이라 한다) 좌우 반대가 된다. 이 점은 판화·도장·인쇄 등도 마찬가지이지만, 이것들은 뜨거나 인쇄한 것이 정면으로 향하도록, 판(版)·인(印)·활자가 역(逆:左文字)으로 만들어져 있다. 그러나 탁본은 본래 정면으로 향한 것을 그대로 같은 방향, 같은 크기로 떠내는 것이다. 범종이나 석비의 면을 먹으로 더럽히지 않고 직접 종이를 대어, 그 위에서 먹물로 가볍게 두들기듯이 하여 문자나 문양을 뜨기 때문에 새겨진 선 부분은 하얗고, 새긴 부분 이외의 도드라진 부분은 까맣게 떠지는 것이다. 금속·돌· 목재·도기·토기·기와 등, 요철(凹凸)이 있는 것이면 무엇이나 탁본할 수 있다. 석비의 문자나 공예품의 아름다운 조각·문양 등의 탁본은 그대로 흑백의 간소하고 고상한 예술품으로서 감상할 수 있다. 또, 옛날부터 중국의 명비(名碑)는 탁본을 떠서 첩(帖)으로 만들어졌으며, 법첩(法帖)이라 하여 서예의 명품 내지 교본으로서 존중되었다. 또한 고고학이나 미술사 연구를 하는 데 사진과 같이 복제방법으로서 중요하다. 사진은 연구 대상이 되는 큰 물체 전체를 찍을 수가 있지만, 반드시 실물대로 찍을 수는 없다. 그러나 탁본은 간단하게 언제나 그대로의 크기로 뜰 수 있어, 그 원시성에 오히려 가치가 있다. 문자의 점획이나 선 등의 미묘한 부분은 사진으로는 불가능한데, 특히 비문이나 종명 등의 문자·문장을 주로 연구하는 금석학에서, 탁본은 빼놓을 수 없는 자료이며 방법이다.
【탁본 뜨는 방법】 건탁(乾拓)과 습탁(濕拓)의 두 가지 방법이 있다. 건탁은 동화(銅貨)나 은화 위에 종이를 대고 연필심으로 문질러 뜨는 아이들의 놀이와 마찬가지 방법이다. 종이가 움직이지 않도록 꼭 눌러, 작은 고형(固形)의 탁본묵(石花墨이라고도 한다)으로 구석구석까지 문지르면 문자의 높은 곳은 까맣고, 낮은 곳은 하얗게 떠진다. 섬세한 문자나 문양이라면 손끝에 헝겊을 싸대어 여기에 탁본묵을 문질러, 대상물을 세심하게 뜬다. 습탁은 탁본하려는 대상물에 댄 종이 위에 물을 적셔 종이를 대상물에 붙이는 것이 특색이며, 수탁(水拓)이라고도 한다. 종이에 물을 칠하는 데는 붓을 쓰며, 큰 비(碑)나 종 등은 다 칠하기 전에 말라버리기 때문에, 타월에 물을 적셔 적당히 짜서, 이것을 말아 종이 위를 굴리면서 대상물에 종이를 밀착시킨다. 그리고 탈지면 등으로 종이를 가볍게 두드린다. 또는 별도의 종이 한 장을 대고 그 위에서 털브러시로 두들겨도 된다. 종이가 밀착되어 종이의 물기가 마르기 시작하면, 약간 물기가 남았을 때(이 물기의 정도를 체득하는 데 탁본기술의 묘미가 있다)를 짐작하여, 질 좋은 비단으로 솜을 싼 솜방망이에 먹을 묻히고, 준비한 또 하나의 솜방망이에도 먹의 침윤 정도를 잘 맞추어 그대로 재빠르게 지면 전체를 두드린다. 종이가 마른 후 떼어내어 미리 준비한 신문지 등의 위에 펴서 말린다. 탁본에 쓰는 종이는, 건탁은 명반을 먹인 얇은 미농지, 습탁에는 보통 화선지를 쓴다. 먹은 유묵(油墨)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