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고 소묘를 시작하면서
질문 1) “화면 안에서 비례 잡는 것이 어려워요.”
그림의 화면구성 논리는 정물이나 석고나 마찬가지이다. 미술은 모두 통하는 데가 있다. 전체 화면에서 대상물(석고나 정물)이 차지하는 면적과 공간의 배치, 각 구성면의 넓이 비례와 색(소묘의 tone)의 구성이 자연스럽고 적절한 긴장감을 유지해야 한다. 석고의 경우를 보자. 석고는 대부분 화면의 좌우가 여백으로 남는 경우이다. 이런 경우‘얼굴이 향하는 앞면을 조금 넓게 구성하라’고 배웠을 것이다. 석고 시선방향의 여백을 조금 넓게 두면 자연스럽고 편안해 보이게 된다.
그런데 ‘조금 넓게’가 어느 정도일까?
석고의 머리와 아래의 가슴 쪽, 즉 석고의 형태가 화지의 여백을 좌우로 나누는 위, 아래를 기준으로 좌, 우 여백의 면적을 보자. 좌, 우 여백의 면적 대비를 살펴서 앞(A)과 뒤(B)의 비가 3:2 또는 4:3 정도 된다면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본다. 이를 기준으로 얼굴이 보이는 정도에 따라 조금씩 변화를 주면 된다. 정면이면 1:1이 될 것이다.
시야를 넓혀주면 왜 화면이 시원하고 안정적으로 보일까?
바로 동세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석고의 동세는 석고상의 형태 속에서 시작하지만, 여백까지 연결된다. 즉 석고상 자체의 동세가 현재의 동작이라면, 앞으로 진행할 듯한 느낌이 드는 방향에 공간적 여유를 줌으로써 지금의 동세가 자연스럽게 보이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동세와 형태에 큰 영향이 미치는 부분을 잘라버리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이때는 면적 대비와 관계없이 형태를 모두 살려 그려야 한다.
질문 2) “효과적인 톤 조절(흐름)은 어떻게 하나요?”
소묘, 특히 석고 소묘는 여러 가지 목적이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형태 그리고 빛(명암)의 해석이 가장 크다고 볼 수 있겠다. 석고는 흰색으로 빛의 강도와 각의 변화를 예민하게 보여준다.
석고를 그린다는 것은 바로 이점을 잘 처리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처음 소묘를 배울 때 ‘흐름’을 잘 잡으라고 배웠을 것이다.
‘흐름’은 큰 형태를 보여주는 데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흐름, 톤, 볼륨, 형태 등은 서로 별개의 것이 아니라 항상 밀접한 관계가 있어서 함께 생각해야 하는 것이다. 흐름을 잡을 때 조금 더 주의를 기울여 강약과 폭의 변화를 갖춘 흐름을 만들어 보자. 빛의 각, 반사광, 주변과의 명도 대비, 거리에 따라서 흐름의 강약과 폭은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다. 이것이 제대로 표현되지 않으면 형태, 공간감, 색감 등 모든 방향에서 문제가 일어난다. 일반적으로 ‘흐름’을 너무 단순하게 생각해서 좌우의 횡적인 볼륨은 있어도 상하 종적인 공간감 있는 작품을 그리지 못하는 학생이 생각보다 많다.
가장 흔한 예를 들어 보면, 얼굴 앞면에서 보면, 코, 입술, 턱의 어두운 정도는 비슷해 보이지만 실제론 모두 다르다. 빛을 받는 각이나 구조는 비슷한 면이 있으나 형태의 깊이, 반사각에 따른 반사광의 양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특히 턱밑은 어두운 범위에 속하지만, 밝은 가슴이 있기에 아주 강한 곳이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입술이나 턱을 강하게 그리면 하악골이 앞으로 나온 것처럼 느껴지고 형태가 일그러진다. 초기에 외곽 형태를 완벽히 잡았다고 해서 형태가 끝났다고 생각하는 것은 큰 오산이다. 형태의 완벽성은 정확한 공간 형태 묘사로 완결되며, 이는 꼼꼼히 흐름을 읽고 해석한 톤에서 나온다.
부분 묘사 시 전체적인 흐름을 깨지 않는 방법의 하나로 지우개의 사용에 주의해야 한다. 기초적인 톤을 처리하고 세부 묘사로 전환할 때, 습관적으로 지우개질을 하는 학생이 있다.
이는 힘들여 구축해 놓은 것을 삭제하는 것과 같다. 불가피한 일부를 제외하고는 기초 톤 위에서 묘사를 계속해야 색감의 깊이를 유지하면서 묘사를 계속할 수 있으며, 전체적인 흐름도 초기의 판단대로 유지할 수 있다.
지우개는 섬세한 사용이 요구되는 묘사 도구로 단지 그린 것을 없애는 역할로만 쓰면 안 된다. ‘어둡게 그리는 연필, 밝게 그리는 지우개’로 인식을 바꾸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