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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로잉_020_03_web.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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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3) “어두운 곳의 표현도 알려 주세요.”

 석고를 그리면서 어두운 곳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면 나중에 처리가 어렵게 느껴진다. 부분적 명암을 살려 그리면 전체 흐름이 혼란스럽고, 그냥 놔두면 그림의 내용(밀도)이 부족해진다. 전체를 위하여 어두운 곳은 ‘죽여’ 그리라고 하기도 하고, 특히 좌우 빛이 산만할 때는 한쪽 빛이 없다고 생각하고 ‘암기하여’ 처리하라고도 한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보이는 대로’ 그리라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없는 빛을 외워서 그리는 것은 무리이다. ‘외워서 그릴 수 있는 능력’의 소유자라면 ‘보고 그리는 실력’이 월등할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그림이 산만해지는 것을 피하고자 주된 빛 방향을 고려하여 주변 빛의 양은 조절하는 것이 필요하겠다. 쉽게 말하면 명암이 좋지 않은 방향에서 보고 그리는 것과 좋은 방향을 외워서 그리는 것을 비교하면, 일반적으로 광량을 조절하는 정도의 융통성이 있게 그대로 보고 그린 쪽이 훨씬 우세하다. 전체를 외우는 ‘황당한 노력’을 투자하느니, 그 노력할 시간에 융통성을 갖고 차원 높은 다른 기술과 논리를 터득하는 편이 좋다는 말이다. 입시를 몇 개월 앞둔 지금, 가장 중요한 소묘 실기의 핵심이 무엇이냐고 묻는 학생들이 많다. 지금 필요한 것은 기술이 아니라 마음이다. 즉 자신의 시각을 찾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입시생에게 ‘자기 시각을 가져라.’ 또는 ‘개성적 표현을 시도하라’고 말하면, 바쁜 ‘훈련 일정’을 소화하기도 힘든데 무슨 개성이냐, 입시 현실 속 사치적 발상이라며 한마디로 뭘 모르는 원칙주의자 취급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절대 그렇지 않다. 만약 개성이나 자신의 시각을 갖는 것에 대하여 입시생의 ‘사치’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개성의 의미를 오해하고 있는 사람이다.

 

개성의 출발은 바로 자신만의 ‘관찰’이다.

 자신이 그리는 대상을 자신의 눈으로 자세히 보라는 것, 그리고 본 것을 그리는 시도를 하라는 것이다. 평소에 많이 들었던 평범한 말인데 왜 이런 말을 또 할까? 사실 많은 학생들은 대상을 꼼꼼히 보지 않는다. 왜냐하면 너무 많이 그려서 이미 다 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 이유는 선생님으로부터 이런 것은 이렇게 그리는 거라고 배워서 이미 ‘정답’을 알고 있는데, 다시 볼 필요도 없고 시간 낭비이며, 괜히 혼란스러운 생각만 더해진다고 생각하여 고의로 무시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생각은 그림을 그리는 사람으로서는 아주 위험한 생각이다. 심지어 그림을 그리기를 포기한 사람들의 행동이라고 말하고 싶다. 처음 입시로서의 기초 기술을 배우는 과정은 물론, 어느 정도 실기력이 정돈 되어가는 지금의 과정에서, 또는 먼 훗날 작가가 되어서도 관찰은 아주 중요한 미술가의 덕목이기 때문이다.

 

관찰은 경험의 축적을 의미한다.

 이 경험은 그림을 그리는 무한한 소재와 방법, 재료를 제공한다. 그리고 이것이 곧 ‘실력’이다. 기본적 실기력이 있다면, 관찰하여 그리면서 발전 속도가 확연히 빨라질 것이다. 또 하나의 장점은 응용력이 뚜렷이 향상된다는 것이다.

 관찰된 내용을 자기 생각으로 표현해 보는 경험이 그림에 대한 판단력을 기르게 하고 이렇게 쌓인 판단력이 지금까지 배운 바를 완전한 자기의 것으로 터득하게 한다. 막연히 배운 지식이 아니라 진짜 자기 기술과 논리가 되는 것이다. 이러다 보면 조금씩 자기 색깔이 있는 그림을 그리게 되고, 이것이 바로 개성의 출발이다.

 연습 과정에서 겪는 실패를 두려워하거나 걱정하지 말자, 자기 생각을 검증하는 과정에서 겪는 실패는 발전의 보약이며, 선생님보다 훌륭한 스승이다. 그리고 이런 실패가 마지막 대입 실기 고사의 실패 확률을 낮춰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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